오치아이 게이코 대표와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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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ide> 🏠 크레용하우스(クレヨンハウス, crayonhouse)는 일본 도쿄와 오사카에 있는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 서점으로, 장난감과 유기농 식재료 등을 판매하고 다양한 강연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복합 문화 공간이다. 일본 라디오 방송사 문화방송의 아나운서였던 오치아이 게이코(落合恵子) 작가가 설립하여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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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크레용하우스는 1976년에 창립한 이래 거의 50년이 다 되어 가는데요. 오치아이 게이코 대표님이 어린이 전문 서점을 열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작년(2022년) 12월 크레용하우스가 47년이 되었습니다. 저는 38살에 라디오 방송사에서 근무했었는데요. 원래는 글 쓰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일자리를 구하던 무렵에는 출판사 채용 시험이 없었어요. 라디오 방송사에서는 기자 일을 하고 싶었는데 아나운서가 되었습니다. 아나운서 일은 화려한 직업인데 저는 그게 싫었어요. 아나운서 일을 하면서도 글 쓰는 게 너무 좋아서 퇴근하면 소설이나 시 같은 걸 썼지요. 입사 6년 후에는 여성 주간지에 에세이 연재를 하게 되었어요. 제목이 좀 웃긴데, <한 스푼의 행복>이라는 칼럼이 시리즈로 나와서 나중에 그게 책이 되었습니다. 그때 ‘라디오 아나운서 오치아이 게이코’를 아는 사람들이 그 책을 샀고 베스트셀러가 되었어요. 수백만 부가 팔리는 바람에 인세로 많은 돈을 받게 되었지요. 그런데 당시 월급생활자였던 저는 ‘이건 좀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인세를 뭔가 다른 목적으로 사용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저는 가난한 가정에 태어났어요. 아버지 없이 어머니 혼자 저를 키웠는데, 가난한 저는 제게 두 가지 길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하나는 ‘가난한 가정에 태어났으니 많은 돈을 벌고 부자가 되어야 한다’. 다른 하나는 ‘계속 가난한 삶을 살았던 사람이 그냥 돈을 모으고 부자가 되는 길은 의미가 없다’, ‘다른 길을 걸어야 한다’. 제가 선택한 건 부자가 되는 길이 아니었어요. 왜냐하면 제가 어릴 때 어머니는 일을 하셨거든요. 당시에는 일하는 여성이 적었는데, 어머니는 제게 책을 살 것을 권하셨어요. 어머니는 매일 일이 끝나면 저녁 시간에 그림책을 읽어 주셨지요. 돈도 없고 부모님이 양쪽 다 계시지도 않았지만, 그때 어머니(보호자) 곁에서 책을 읽는 그 시간이 아이였던 제겐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어머니와의 소통, 그 기쁨과 깊은 의미는 책이 저에게 가져다준 행복이었어요. 그래서 ‘인세로 아이들이 직접 책을 선택하고 읽는 책 가게를 만들자', '아이와 어른이 같이 책을 읽는 가게를 만들자' 생각했던 것이 크레용하우스를 만든 계기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어머니가 혼자서 (아버지가 없었으니까) 저를 교육한 것인데요. 가족 제도상 일본에서 어머니 혼자 아이를 기르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었어요. 그런 상황에서 제가 13살 때 어머니한테 “저를 왜 낳았어요?”라고 물은 적이 있는데, 어머니의 대답은 이랬어요. “너를 사랑하니까 낳았지. 앞으로 평생 함께하겠지만 자기 나름의 인생을 걸어가자. 내 아이로 태어나 줘서 정말 고마워.” 그때 어머니의 그런 마음을 확인하고서 ‘이걸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축복받았다고 느꼈고 행복한 기분이었지요. 그때 느낀 행복을 책 가게를 통해 아이들에게 전해 주고 싶었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이 가게를 열었어요.


2️⃣ 사회 문제에도 열심히 참여하시는 것 같습니다. 크레용하우스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자력 발전에 반대하고, 평화를 위한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무엇입니까?